[알려줄랩]유방암, 나 그리고 탈모이야기

Editor 초록달빛
2025-06-16
조회수 154





안녕하세요! 유방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중인 오래오랩 공식 에디터 초록달빛이라고 합니다.


저는 새로운 머리 모양 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이런저런 머리 모양을 하며 새롭게 달라 보이는 모습을 보며 즐기기도 하고, 기분전환에도 도움이 됩니다.

암이라는 것을 알기 바로 직전에는 오랜만에 숏컷으로 자르고 싶어 고민하고 있었는데, 유방암의 탈모 증상에 대해 알고서는 어차피 빠지니 그냥 둬야겠다고 숏컷에 대한 마음을 접었습니다. 대신 가발로 대리만족을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1차 항암 후, 13일까지도 탈모 증상이 안 보여 저는 예외인가 싶었지만, 14일째 되니 역시나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일주일 정도 있다가 머리를 밀려고 했는데, 아.. 15일, 16일째가 되더니, 머리를 감으며 만지면, 머리카락이 그냥 스르륵 빠지고 말았습니다.

‘아... 이거 심하네!’


그날 저는 이제껏 머리 감기 역사 중, 최대 시간 머리를 감은 날이었습니다. 중간에 머리 감기를 멈추기가 어려웠습니다. 감당하기 어렵다 느껴졌고, 얼른 머리를 밀어야 될 거 같았습니다. 다른 것보다 집이 머리카락으로 엉망이 될 거 같고, 일주일 내내 신경이 쓰여서 생활이 불편할 거 같았습니다.

운이 좋게도 그 날 한 타임 예약이 가능한 걸 보고, 재빠르게 예약을 변경했습니다.

 


드디어 머리를 밀었습니다. 머리를 민 새로운 저의 모습을 보고, 씨익 웃었습니다. 머리카락이 그렇게 많이 빠졌음에도 머리를 밀고 난 바닥에 수북이 보이는 머리카락을 보며 ‘역시 나의 머리숱... 엄청 많구나!’ 라고 다시금 느꼈습니다.


근데 머리를 밀고 나니, 이거 생각보다 괜찮고, 좋은 점도 있습니다.

일단 머리 감기가 너무 편합니다. 그동안 전 머리숱이 엄청 많아서 머리를 감고, 말리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렸는데, 이제는 몇 번 스윽 하면 머리를 감고, 말리는 데는 과장을 조금 보태서 눈 깜짝할 새입니다.

또 내가 언제 머리를 밀어보겠나 싶기도 하고, 새로운 스타일에 두건과 모자 그리고 모자가발을 번갈아 쓰고 다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주위로부터 두상이 예쁘다는 칭찬도 많이 받았습니다. 기분 좋은 칭찬!!

주변에서 들은 추천으로 모자가발을 사려고 하는데, 제 머리둘레에 맞는 모자가 한 가지 종류뿐이라 선택하기가 편했습니다. 아 근데, 모자가발을 쓰고 외출을 해보니, 바람 부는 날 신경이 많이 쓰였습니다. 혹시나 휙 날아가서 민머리가 훌러덩 드러날까 봐 신경이 쓰여 모자를 꽉 잡으며 이동했습니다.


끝나지 않은 탈모. 머리를 밀고, 잔디같이 남아있던 모발도 빠지고 있습니다.

 

가끔 거울 속 달라진 모습을 보며 어색하기도 하고, ‘내가 아프구나’라고 실감하게 되기도 하지만, 치료 과정의 일부라고 받아들여 마음이 편안합니다.

저는 암을 진단받고, 암이 더 건강해지라고 다가온 조금 못된 선물이라고 생각해오고 있습니다.

그동안 건강을 잘 살피지 않아 이제는 돌보라고 찾아온 거라 치료도 잘 받고, 잘 견뎌 나가려고 합니다. 암으로 인해서 하고 있던 것들의 일부는 멈추기도 해 속상하기도 했지만, 이 치료 과정도 너무나 중요하고 소중한 경험이라 잘해나가고 싶습니다.

암의 심각도나 개인에 따라 힘듦이 다르고, 사람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기에 제 이야기를 해나가는데 조심스럽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용기를 내어 제 경험을 나눠봅니다.


여기까지가 유방암, 나 그리고 탈모에 대한 저의 이야기입니다.

암을 겪어 나가시는 모든 분들,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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